밴드 : ANTICHRISIS
타이틀 : Cantara Anachoreta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Ars Metalli
년도 : 1997
국가 : Greece
스타일 : Folk Gothic Metal
앨범애착도 : 9/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음악을 직접 들어보기 전에 Antichrisis란 밴드명이 주는 느낌은 '왠지 엄청난 사악'일 듯 싶었다. Antichrist라는 단어와 모양뿐 아니라 발음 자체도 매우 비슷하므로... 그러나 Antichrisis는 기독교와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써 "Isis 여왕을 위한 성스런 춤"이라는 뜻을 가졌다 한다. 중요한건 물론 Antichrisis가 무슨 뜻이냐는 것이 아니라 독일 출신의 밴드 Antichrisis의 음악이 어떠냐는 것이다.
Antichrisis는 Moonshadow라는 인물의 솔로 프로젝트로 94년에 계획되었다. 솔로 프로젝트라는건 물론 거의 모든 악기와 작곡, 작사를 혼자서 해낸다는 것을 시사한다. 후에 Willocat이란 여성 보컬이 녹음을 위해 가세했다. 그리고 데뷔앨범 "Cantara Anachoreta"가 발표된다.
이 음반은 한마디로 놀랍다... 아니 아름답다. 이 음반은 사랑, 증오, 고통, 고독, 슬픔등으로 가득 차 있는 앨범이다. 다크 메탈, 고딕 메탈, 둠메탈, 포크로어, 심지어는 브릿팝의 서정성까지... 난 이 밴드의 음악을 어떤 카테고리에 집어넣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끝까지 모른채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단지 내가 카테고리화 할 수있는 것은 이 밴드를 '나의 베스트 밴드들'이란 카테고리에 집어넣을 수는 있겠지만...
Moonshadow의 보컬은 어둡고 슬프다. 홀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겪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는듯한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어둡고 고통스럽고 고독하다. Willocat의 보컬 역시 어둡지만 아름답고 슬프다. 그녀의 어둠은 Moonshadow의 어둠을 달래주는듯이 들린다. 이 둘의 화음은 음악적 용어로 칭찬할 수 없다. 내가 시인이라도 된다면 가장 완벽하다라는 뜻의 시어를 부여할 도 있겠지만... 그리고 Antichrisis의 모든 악기 역시 슬프고, 아름답고 고독하다. 각각의 악기가 왠지 마음속 깊은 곳의 느낌을 끄집어낸다. 그 느낌은 내게는 그리 달가운 느낌은 아니다. 소중한 기억일수도 있고, 가슴 아픈 추억일 수 도 있는 그 느낌은 현재를 살고 있는 내게 무지하게 무거운 짐을 지워준다. Antichrisis의 음악은 얼마전 유행했던 광고 카피처럼 "너 행복하니?"라고 내게 질문을 해대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 기억과 추억들을 끄집어낸다. "난 행복한가?" 그렇기 때문에 난 고독해지고, 슬퍼지고 어두워지고 때로는 사랑이란 것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믿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Antichrisis의 음악에는 그런 요소가 있다. 마치 '박하사탕'처럼 인간 군상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편치 않듯이, 이 앨범이 제공하는 70분이란 시간동안 당신의 마음은 그렇게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은 당신 내면의 어둠을 확인시켜주고 다시금 현재의 나를 생각하게 해줄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은 필요하다.

2000/10/15







밴드 : ANTICHRISIS
타이틀 : A legacy of love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Black Rose Productions
년도 : 1999
국가 : Greece
스타일 : Folk Gothick Metal
앨범애착도 : 10/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Antichrisis의 두번째 음반 "A Legacy of Love"를 듣다보면 여러가지가 연상된다. Savatage의 "Street rock opera" 앨범이 생각나고, 중학생 시절의 나를 달뜨게 했던 영화 '라붐'의 주제곡이 생각나고,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가 생각나고, 크랜베리즈의 여성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도 생각난다. 물론 난 음악적 연관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비슷한 요소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 비슷한 점은 하나도 없다. 물론 비교된 모든 것들끼리도 서로의 연관성은 전혀 찾을수가 없다.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것들은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어릴때 미쳐 있었던 것들이다. Antichrisis의 첫번째 음반에서는 불편한 느낌을 살려내더니 두번째 음반에서는 가슴 두근거리는 어린 시절로 날 데려다 놓는다. 음악이 밝고 명랑하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의 어린 시절은 남들처럼 밝고 명랑하긴 했지만, 또 남들처럼 가슴시린 사춘기 시절의 추억도 많다. 물론 또래들보다 생각이 많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그저 남들처럼 영문모를 우울함과 마치 세상에 나혼자 살아가고 있는것이 아닐까란 착각에 빠져 있는 그런 시기가 있을 뿐이었다.
내가 빌려준 Savatage 앨범을 무척 좋아했던 중학교 2학년때의 그 놈은 지금 뭘할까? 소피마르소의 눈을 가졌던, 내가 짝사랑하던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볼 당시의 나는 우리 담탱이를 좋아했던가? Antichrisis의 음악은 그런 추억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내게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Moonshadow는 죽었다.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여성보컬 Willowcat이 떠나자 Moonshadow는 Nax, Lisa등의 멤버들을 새로 영입하고 두번째 앨범을 준비한다. 그러나 곡을 레코딩 하기 전에 Moonshadow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집에서 그가 하던 노래말을 보면 그는 죽음뒤에야 비로소 행복했을것 같다. 2집의 가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긍정적 느낌이란 없다라는 걸 너무나 잘 알려준다. 여전히 사랑, 고독, 고통, 어둠, 죽음까지... 2집의 곡들은 그가 만들어 둔 곡들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Moonshadow가 죽었음에도 레코딩을 강행했다. 그리고 "A Legacy of Love"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말했듯이 이 앨범은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그 생각들은 얼른 기억속에서 치워버리고 싶은것도 있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추상적인 느낌이다. 구체적인 느낌을 말해보라면 단 한마디다. 이 앨범은 메탈 앨범이 아니다라는 것. 전작에서도 잠깐잠깐 보였던 고딕적, 아니 블랙적 요소는 이 앨범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대신 조금 더 포크로어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멜로디는 더욱 더 구슬프게 들리고, 악기들은 감정을 휘감는다. 특히 백파이프 소리는 온 몸에 소름을 돋군다. 새 보컬 Lisa는 Willowcat의 목소리보다 맑고 청아하다. Willocat의 목소리가 달과 같았다면 Lisa의 목소리는 별과 같다. 새로 가입한 보컬 Sid의 목소리는 Moonshadow가 정말로 죽었는가 의심이 될 정도로 Moonshadow와 비슷하다. 그 목소리는 Savatage의 보컬을 연상케도 한다. 그리고 역시나 어둡다. 아니 어둡다기보다는 무겁다. 이건 Moonshadow의 유작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 앨범에는 나머지 멤버들의 능력이 잘 드러나 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서정적인 음악을 만들어낼까를 고심한 것 같다. 처음 들은 이들의 음악은 내게 브릿팝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브릿팝은 이런 느낌을 낼 수 없다. 메탈이 아니다. 그렇다고 락도 아니다. Antichrisis는 그 어느 카테고리에도 낄 수 없는 고유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음악은 우리 귀를 당황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들의 멜로디는 매우 친숙하며 마음속 깊은곳을 꺼집어낼 정도로 매혹적인 멜로디다. 특히나 "Dancing in the midnight sun"같은 노래는 듣고 있는 동안 딴짓을 못하도록 만든다. 음악속에 파묻혀 버리는 것이다. 아니, 파묻힌다기 보다는 나 스스로 나를 묻어버리게 된다.
이들의 3집인 "Perfume"의 녹음이 끝났다고 한다. 언제 발표될지는 모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00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