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 CATHERINE WHEEL
타이틀 : Ferment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Fontana Records
년도 : 1992
출신 : UK
스타일 : Shoegazing
앨범애착도 : 8/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중학교 다닐때는 잉위맘스틴이라든지 캐코포니라든지 하는 화려한 속주의 기타사운드에 경도되었었다. 10년 정도 지난(벌써 그렇게 되다니... ㅠㅠ) 지금은 속주기타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고 있다. 아마도 기타라는 악기를 치기 시작하면서 생긴 좌절감이 큰 이유이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지금도 역시 음악을 들을때 가장 귀를 기울이며 듣는 악기파트는 기타임에 틀림없지만, 좋아하는 패턴은 상당히 바뀌었다. 지금의 내게 있어 '기타를 잘친다'라는 칭찬은 '빠르게 치는' 기타리스트에게보다는 '좋은 느낌으로 치는' 기타리스트에게나 쓰는 말이다.
그 좋은 느낌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밴드중의 하나가 Catherine Wheel이다. 사실 이 좋은 느낌이란것은 비단 Catherine Whell뿐 아니라 거의 모든 슈게이징 밴드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Catherine Wheel이 데뷔앨범인 "Ferment"에서 들려주는 기타 사운드(엄밀히 얘기하면 슈게이징 밴드의 기타 사운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고민하다가 나름대로 가장 가까운 묘사를 생각해 냈다. 바로 '안개같은' 사운드라는 것이다.
소리라고 하는 것이 만약 눈에 보인다면 Catherine Wheel이 들려주는 기타사운드는 마치 안개같은 것일거다. 자욱하게 주위를 둘러싸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바로 그 안개같은 사운드... 그러한 안개효과를 내는데는 보컬리스트인 Rob Dickinson의 목소리도 한몫 한다. 술렁거리는 기타의 물결에 흐드러진 Dickinson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잘 어울어져서, 출력좋은 스피커로 Ferment를 듣는다면 '사운드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는 이 말도 안되는 표현이 어떤건지 잘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가정법을 사용한 이유는 슈게이징 음악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고려한 까닭이다.
처음 이 앨범이 발표되었을때, 영국의 인디음악씬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이들의 최고 명곡 "Black Metallic"은 바로 이 앨범에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앨범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곡은 이 곡만이 아니다. 모든 곡이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는 점은 치명적인 결함일수도 있지만, 그 일관된 분위기란 것이 다행히 최상의 만족도를 줄 경우 그것은 엄청난 장점이 된다. Catherine Wheel의 데뷔앨범 "Ferment"가 바로 그런 경우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2001/01/13







밴드 : CATHERINE WHEEL
타이틀 : Chrome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Fontana Records
년도 : 1993
출신 : UK
스타일 : Shoegazing
앨범애착도 : 9/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언젠가도 얘기한 적이 있는것 같은데, 간혹 앨범 자켓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리도 해당 음악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는지 신기해 할때가 있다. 물속에 잠겨 있는 세명의 행위예술가들... 저 행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루톤의 물속에 잠겨 있다는 그 사실 자체로도 Catherine Wheel이 "Chrome"이라는 앨범에서 들려주는 사운드의 느낌과 대단히 흡사하다.
두번째 앨범 Chrome은 전작인 Ferment를 뜯어 고쳐 만든 앨범이라고 봐도 된다. 그렇다는 말은 "Chrome"에서 들려주는 음악들은 "Ferment"가 들려줬던 음악들과 크게 다름없이 연장선상에 있으며, 1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성장한 Catherine Wheel 스스로 자신들의 데뷔앨범을 새롭게 재해석 한것이라 볼 수 있다.
Catherine Wheel이 여타 다른 슈게이징 밴드와 차별화 되는 점은 보컬의 멜로디 라인이 비교적 선명하다라는 것이다. 목소리의 톤은 그저 사운드가 쫘악 펼쳐놓은 안개위를 둥둥 떠다니지만 그 안에서 존재하는 멜로디는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Chrome"에서도 안개같은 기타사운드는 여전하며, 그 안에서 선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멜로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확실하게 커다란 차이점이 하나 있다. 이런 말이 과연 슈게이징 밴드의 음악에 어울리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Ferment에 비해 대단히 헤비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했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하다. 플레이 스타일이라고야 크게 변한것은 없다. 여전히 좋은 느낌으로 뭉개지는 기타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드럼이나 베이스 라인이 이전보다 자극적으로 들리고 있다. 아마도 프로듀서가 바뀐 것이 이러한 차이를 만든게 아닐까 하는데, 기타와 보컬의 톤만은 바뀐것이 없어 여전히 슈게이징이란 이름으로는 불려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번째 앨범 Chrome을 Catherine Wheel의 모든 앨범중 가장 괜찮은 앨범으로 꼽는다. Catherine Wheel 특유의 생생한 멜로디 라인이 가장 귀에 착착 감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베이스와 드럼등 리듬파트가 들려주는 비트가 대단히 맘에 들기 때문이다. 비트는 안정감 있게 빠르긴 하지만, 왠지 처연하게도 들린다. 기타가 만들어내는 안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앨범의 자켓이 표현하는 그 블루톤과 마찬가지로 슬프기도 하고, 상쾌해지기도 하는 모순된 느낌을 전한다. Dickinson의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2001/01/17







밴드 : CATHERINE WHEEL
타이틀 : Heavy Days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Fontana Records
년도 : 1995
출신 : UK
스타일 : Shoegazing / Alternative
앨범애착도 : 7/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이것은 경험담이기도 한데, Catherine Wheel의 세번째 앨범 "Happy Days"는 혹시나 기존에 Catherine Wheel이란 밴드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모조리 지워버려야 좋아질 수 있는 앨범이다. 지난 두 앨범에서 들려준 음악을 상상하면서 Happy Days를 듣는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놀랄 것이라는 걸 장담한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Catherine Wheel은 더 이상 슈게이징 밴드가 아니다. 처음에 이 음반을 들었을때 난 다른 밴드의 씨디를 집어넣은 줄 알았다. 진짜로 플레이어에서 씨디를 끄집어내 깨알같이 써져있는 씨디정보들을 샅샅이 살펴보기도 했을 정도니 절대 과장은 아니다.
세상에나... Catherine Wheel의 음악에 헤비한 기타리프라는 것은 상상해본적도 없다. 이런 식의 기타리프로 플레이하는 슈게이징 밴드는 단 한번도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대단히 실망한 음반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Catherine Wheel이란 '슈게이징' 밴드에 대해 나 스스로 미리 그려 놨던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들의 음악에서 Soundgarden이나 I Mother Earth등의 정통(?) 얼터너티브 락을 연상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것이다.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 음반으로써 대단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것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라는건가...
Happy Days의 수록곡들은 유명하기로 하면 한 유명한 수퍼얼터밴드 Soundgarden의 두번째 앨범 "Superunknown"이라든지, 테크니컬(?) 얼터밴드 I Mother Earth의 데뷔앨범 "Dig"와 장르상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두앨범의 중간즈음에 위치한다고나 할까. 약간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그 중간지점에서 무게중심을 약간 Soundgarden쪽에 실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보컬의 톤 때문이다.
너무나 놀라운 Catherine Wheel의 변화는 헤비해진 기타리프 뿐만이 아니다. 하늘하늘 날라다니던 Dickinson의 보컬은 전형적인 얼터너티브 보컬로써 마치 Soundgarden의 Chris Cornell을 생각나게 할 정도다. Superunknown 앨범의 명곡 "Black Hole Sun"같은 곡의 분위기를 즐긴다면 틀림없이 Catherine Wheel의 3집 Happy Days는 꼭 맞는 앨범이 될것이다.
음악을 들어오면서 밴드들의 상당수가 방향전환을 시도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변화는 너무 갑작스럽다. 차라리 새로운 이름으로 하는 프로젝트밴드로 앨범을 냈어도 괜찮았을텐데... 단 한명의 멤버 변동도 없는 것이 놀랍다. 어쨌거나 이 앨범으로 인해 Catherine Wheel은 자국인 영국뿐 아니라 미국서도 나름대로의 명성을 얻게 된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Happy Days"가 들려주는 건 영국의 브릿팝이라기 보다는 아메리칸 그런지 사운드에 가까우니 충분히 그럴만 하다. 뭐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수많은 슈게이징 팬들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슈게이징 팬이자 동시에 그런지 팬이기도 한 나는 여전히 그들쪽에 있다.

2001/01/18







밴드 : CATHERINE WHEEL
타이틀 : ADAM and EVE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Fontana Records
년도 : 1997
출신 : UK
스타일 : Alternative
앨범애착도 : 6/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Ferment(92), Chrome(93), Happy Days(95)를 거쳐오면서 Catherine Wheel이 보여줬던 변화라는 것은 명백하다. 점점 더 하드해지고 헤비해지면서 그 사운드는 브릿팝대신 아메리칸 얼터너티브락이란 표현방식을 닮아가고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Catherine Wheel에게 더 많은 국제적 명성을 안겨주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슈게이징 팬들을 위시한 브릿팝씬에 있어서는 다소 씁쓸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Happy Days의 아메리칸 그런지 사운드를 듣고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다음 앨범은 부디 원래의 브릿팝 사운드로 돌아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앨범 "Adam and Eve"가 발표되어 정작 그 뚜껑이 열렸을때, 그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거라는건 짐작되고도 남음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Catherine Wheel이 원래 자신들의 사운드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 Adam and Eve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그야말로 빌보드 챠트용 얼터너티브 락 사운드다. Catherine Wheel이 네번째 앨범 Adam and Eve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아메리칸 그런지의 하드함과 브릿팝의 서정성을 교묘히 결합시켜 90년대 후반의 모던락 챠트를 휩쓸었던 밴드들, 즉 Third Eye Blind라든지 Matchbox 20같은 모던 얼터너티브 사운드와 같은 맥락에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엷게 걸린 디스트 사운드의 공존, 그 어느 악기보다 더 강조되는 보컬의 멜로디 라인, 클럽에서 몸 흔들기 좋은 리듬등 그 어느하나 빠질것 없는 빌보드 챠트용 얼터너티브의 요소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얘기일수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이 앨범이야말로 이들의 음악을 가장 대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일 수도 있다란 얘기가 된다. 하긴 그래봤자 Catherine Wheel이란 밴드가 보여줬던 두가지 스타일을 접함으로써 혼란만 더 가중시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중성이란 가능성이 있는것이 이 앨범은 접근하기가 대단히 용이하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쉽사리 들려지고, Catherine Wheel 특유의 달콤한 멜로디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는 앨범인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데뷔앨범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던 Talk Talk의 비공식 멤버 Tim Friese-Greene의 어시스턴트가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몰라도 이들이 내는 엷은 기타 사운드는 동시대 챠트를 장식하던 모던락 밴드들과는 확실하게 틀리다. 쉽게 설명하자면 Smashing Pumpkins가 "Siamese Dream"에서 들려줬던 뭉개지는 기타 사운드라 할 수 있다. 그런 기타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은 또 다른 자극제가 된다.
내게 있어 이 앨범의 의미는 그리 신통한 것이 못된다. 혹시나 Catherine Wheel이란 밴드에 가지고 있는 편견 같은것이 없었더라면 Third Eye Blind나 Matchbox 20 등의 밴드처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밴드의 음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Adam and Eve"를 들을때마다 뭔가 불편하다. 음악 자체는 대단히 편안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가 Catherine Wheel이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는 미국에도 너무 많다. 그러나 "Ferment"나 "Chrome"에서와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는 전세계에 Catherine Wheel 밖에는 없었다. 2000년도에 다섯번째 앨범인 "Wishville"이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렇게 썩 매력적인 음반은 아니었다. 더이상 특별한 것을 보여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200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