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 EBONY LAKE
타이틀 : On the Eve of the Grimly Inventive
포맷 : CD
코드 : NIHIL 31
레이블 : Cacophnous Records
년도 : 1999
출신 : UK
스타일 : Avantgarde Black Metal
앨범애착도 : 8/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중딩 시절 쓰래쉬 메탈에 푸욱 빠져 미래의 세상은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게 될것이라고 철썩같이 믿던 속칭 '메탈키드' 시절이 있었다. 중삐리 메탈키드로써 할 수 있는 일이라 하는 것은 기회 날때마다 청계천, 신촌 등지를 오가며 어떤 빽판이 나왔나 구경을 한다거나 혹은 산다거나, 조금 더 나은 경우라고 한다면 몇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횟수로 명동의 수입씨디 전문 음반점을 들려 씨디 한장을 가슴속에 품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물론 뽀리는 게 아니라 꼬깃꼬깃 코묻은 돈 모아모아...
쓰다보니 또 길어졌지만, 이게 다 Ebony Lake의 음악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어쨌든, 이리 길게 뜬금없는 옛날 얘기를 서두에 꺼내는 것은 이 당시 들었던 음악중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음악의 종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쓰래쉬 메탈의 한 종류일거라 지레 짐작, 혹은 지레 설명을 듣고 집어온 것들중에 청계천 출신의 빽판 Mekong Delta 와 명동의 귀족 출신 씨디 Watchtower 라고 하는 밴드가 있었다. 이 음악들에 대한 첫느낌은 앞서 말한대로 '당황스러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쓰래쉬 메탈의 반복적인 공격 리듬과 거친듯한 분노를 토해내는듯한 기타와 보컬을 기대하는 내게 이 두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제멋대로인 듯한 리듬과 제멋대로인 듯한 연주, 그리고 제멋대로인듯한 기승전결등등... 뭐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전형적'인 4분법 메탈구조에 완전히 익숙해진 탓이라고나 할까... 제대로 돌던 톱니바퀴의 나사가 순간 이탈을 해버린 것이다. 그 후 고딩이 될때까지 이들을 별로 꺼내들은 기억이 없다. 그러다 매일 듣던 음악도 조금 식상했겠다, 쌓인 먼지나 털겸 안듣던 음반들을 하나씩 꺼내듣게 되었는데, 그 때 들은 Mekong Delta와 Watchtower의 음악은 여전히 충격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이때의 충격은 처음의 충격과는 상당히 틀린 것이다. 중간생략해서 말하자면 이때 이후로 Mekong Delta와 Watchtower는 상당한 기간동안 내귀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똑같은 충격을 주는 영국 출신의 밴드를 만나게 된 것이다. 프로그레시브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테크닉이 뛰어난 익스트림 메탈 밴드는 꽤나 많지만, 귀가 소화하기도 힘들 정도로 난해한 변주와 기교를 지닌 밴드는 정말로 Mekong Delta와 Watchtower 이후로 처음인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Ebony Lake의 음악은 Mekong Delta의 초기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키보드의 불협화음도 그렇고, 반복되는 구절이 8마디 이상 지속되지 않는듯 재빠르게 변화하는 리듬감도 그렇고, 듣다보면 현란함에 정신이 없는 느낌을 주는것도 그렇다. 아무래도 익스트림 메탈이라 그런지 Mekong Delta 보다 보컬의 멜로디 감각이란것은 한계가 있지만, 이 정도의 팀웍을 발휘한다라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세명의 키보디스트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조화는 대단히 주목할 만하며, 외우기도 힘들것 같은 리듬변주를 소화해내고 있는 베이스와 드럼에 박수를 쳐주고 싶기도 하다.
실제로 귀신이 자주 나타난다는 마을에서 자라났다는 멤버들은 그 경험때문인지는 몰라도 악령이나 벰파이어에 관한한 그 어느 밴드에게도 질 수 없다라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확실히 그 얘기를 듣고 난 뒤의 Ebony Lake의 음악은 상당히 괴기스럽기도 하다. 특히나 간간히 등장하는 피아노 솔로는 소름 돋을 정도로...
어쨌거나 모든 음악이 다 끝난뒤의 정적은 내게 이렇게 약올리는 것 같다... "우히힛! 고딕메탈인줄 알았냐?"... Ebony Lake란 팀명에서 고딕메탈을 상상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음악과는 상관없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사진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음악 하는 아가씨들 가운데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미인이랄 수 있는 Amber는 명목상 여성보컬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는 걸로 보아 얼굴마담임에 분명한것 같다.

200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