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World?



ENID

Date : Mar. 28, 2001
Answered by Florian & Martin
Questioned by Young "Anarchist"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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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독일의 판타지 블랙메탈 밴드 ENID의 멤버 Florian, Martin과 E-mail을 통해 이루진 것이다. 일단 주로 메일을 주고 받던 Florian에게는 그 성실함과 꼼꼼함에 적잖은 감동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인터뷰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이것저것 질문하는 내게 매번 성실한 답변을 해주는것 하며, 수정하고 싶은 자신의 답변을 수정해서 다시 보내주는 것 하며... 기껏 질문을 만들어 보내주었더니 씹어버리는 몇몇 밴드에 비하면 ENID는 정말로 "성실한" 밴드로 인상 지워졌다. 그 답변에서 묻어 나오는 이들의 진지함과 고찰 역시 나이에 비해 상당히 진중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ENID의 새앨범 "Abschiedsreigen" 는 그 "성실함"과 이들의 "진중함"이 잘 배어들은 앨범이라 그런지, 이들의 음악에 "완성도"와 "독창적"이란 칭찬을 가져다 붙이는 것은 절대 빈말이 되진 않을거라 본다. 이 인터뷰가 ENID란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에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너희의 두번째 앨범에 상당히 감명받고 난 뒤라 이 인터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좀 해주겠나?
Florian : 안녕? 됐나? ;-) 농담이고, 한국이란 먼 나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어 정말이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 것을 꼭 얘기하고 싶다. 진심으로 고맙다. 처음에 ENID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시작할때는 우리가 한국은 물론, 러시아라든지 이태리등의 나라에조차 알려질거라는 기대는 전혀 해보질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이란건 놀랍다. 우리가 이 독일이란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음악을 한국의 메탈팬들이 좋아해주길 바랄뿐이다.
Martin : 어둠의 자손들이여, 잘 지내는가. 우선 우리 ENID의 입장에서 볼때, 꽤 멀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사실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인터뷰 요청에 감사하고 이제 슬슬 시작해보자.

- 각자 자신을 좀 소개해줄길 바란다.
Florian : 내 이름은 Florian이고 독일의 북서지방 출신이다. 4년전 우리가 17살일때 Martin과 함께 처음 ENID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처음 3년 반동안은 매니져로서 Enid를 위해 일했으며, 정말이지 ENID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했다. 여러 레이블과 접촉했고 그 결과 98년에 드디여 오스트리아의 CCP 레코드와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현재는 프로젝트 밴드에 불과한 ENID를 정식멤버 제대로 갖춘 밴드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린 이제 스튜디오에서 진짜 기타와 드럼으로 녹음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라이브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난 반년간 ENID는 정식멤버들로 열심히 연습중이며, 지금의 나는 리드기타를 담당한다.
Martin : 나는 독일의 깊은 산골짜기 출신인 Martin Wiese라 하고 ENID의 핵이자 유일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21살이고 근처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두번째 앨범 "Abschiedsreigen"을 몇달전에 발표했다. 현재까지의 반응은 어떤가?
Florian : 비록 내 자신이 그 질문에 답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에 감사한다. 내가 판단해보건대 현재까지의 반응은 썩 괜찮은 편이다. 물론 걔중에는 부정적인 평가나 의견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 그건 단지 ENID의 음악이 결코 쉽게 이해되거나 쉽게 좋아지는 성질의 음악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다. 확실히 ENID는 독립적인 밴드이고, 때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절대적인 지지세력 역시 가지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음악을 한시간 이상 집중해서 들어본 사람들은 이 앨범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 정도는 알수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나는 지금껏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8~10개 정도의 리뷰만을 읽어보았을 뿐이며 역시 그 정도 숫자의 인터뷰만을 했을 뿐이란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나는 그러한 반응들에 상당히 흡족해하고 있으며, 다음앨범에 대한 평가들은 훨씬 나아질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ENID의 낯선 사운드, 즉 신디사이져로 합성한 기타소리등을 사용한 우리의 낯선 사운드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앨범에서 우리는 스타일 자체는 유지하되, 좀 더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 난 너희들의 두번째 음반을 리뷰했을때 이런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ENID는 그들의 두번째 앨범으로 자신들을 단순한 블랙메탈이 아닌 SUMMONING 과 대등한 범주에 놓여질 수 있는 판타지 메탈 밴드로써의 입지를 굳혔다. 이것은 확실하게 새로운 스타일이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가?
Martin : 확실히 그렇다. ENID는 원래 SUMMONING 의 음악에 경도되어 이를 한번 표현해보기 위해 만들어졌을뿐, 뭔가 한번 제대로 된 음악을 해보겠다라는 목표같은건 애초에 없었다. 그러다가 첫 데모 "Enid" 가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 되자 생각이 바뀌어 뭔가 새로운 우리만의 스타일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두번째 앨범 "Abschiedsreigen" 은 비로소 독특한 ENID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낸 첫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너희 스스로 인정하는바와 같이 너희 첫번째 앨범은 다분히 SUMMONING 의 영향권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새 앨범에서는 확실히 너희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는데, 이건 대단히 독창적이다. 내 생각에는 SUMMONING 의 장점만을 빼내어 그 위에 뭔가 새로운 요소를 덧붙인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그 결과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한 독특한 사운드가 앨범 작업시의 주된 목적이었나?
Martin : 내 첫번째 목적은 박자, 악곡, 연주라는 측면에서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창조해내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ENID로써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측면이기도 했다. 두번째 목적은 첫번째 앨범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운드의 보강문제였는데, Moritz Neuner가 질적으로도 확실히 훌륭한 드럼을 연주해줌으로써 "Abschiedsreigen" 는 굉장히 다이나믹한 앨범이 되었다. 알다시피 Moritz Neuner은 DORNENREICH, ABIGOR, KOROVAKILL 등 여러밴드에서 연주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베테랑이다.

- SUMMONING 이외에 영향받은 밴드는 없는가?
Martin : 전혀 없다. 물론 나의 음악에 영향을 끼친 음악이라든지 스타일이 전혀 없다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언젠가 너 자신이 음악을 하게 될때를 가정해봐라. 네가 매일같이 듣던 음악이 영향을 끼치게 될테지만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의 경우는 자연스레 자주 접하게 되는 클래식 음악이 그러한 예다. 나는 단지 몇몇 종류의 음악만이 뮤지션에게 어떤 특별한 영향을 끼칠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평소 듣는 음악뿐 아니라 개인적인 사고라든지, 분위기, 그리고 경험등의 부차적 요소들과 어우러질때 제대로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 ENID를 독일밴드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Enid는 일반적인 독일 메탈과는 - 독일 쓰래쉬로부터 영향받은 - 상당히 동떨어진 듯한 음악을 들려준다. 본인 생각은 어떠한가?
Florian : 독일 쓰래쉬 메탈과 또 이와는 차별화된 우리의 음악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는건가? 일단 나는 꽤 어린 편이라 쓰래쉬 메탈이란 것이 전성기일 당시는 음악, 말 그대로 모든 음악이란 것에 심취할 나이가 아니었다. 사실 나중에도 쓰래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백전노장들의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고, 나는 그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초기 블랙메탈 음악을 더 선호했다. 내가 주로 좋아하는 음악은 다른 나라의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이다.
여타 독일메탈과 우리의 음악에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은 앨범을 듣게되면 명확해질 것이다. 핵심 작곡가인 Martin은 관심있는 서넛밴드를 제외하곤 메탈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쓰래쉬라든지 정통헤비메탈은 그에게 있어 그 어떤 음악적 밑거름이 되질 않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음악은 맥주와 함께 즐기거나 헤드뱅잉을 하고 싶을때 듣는 음악일 뿐이며, ENID가 추구하는 음악은 물론 그런 종류의 음악이 아니다. 자만하는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 ENID와 Martin은 이제껏 그 어떤 헤비메탈 밴드가 이룬 것보다 더 높은 예술적 경지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우 순수하며 향수어린 그들 독일쓰래쉬 메탈밴드들을 존중하긴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추구하려는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다.
Martin :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문제다. 우리는 헤비메탈을 만들지 않거니와 쓰래쉬메탈을 연주하지도 않는다. 그런 논지에서라면 우리의 음악을 그들의 음악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혹은 메탈팬들을 서로 갈라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린 여타 독일 밴드들로부터 괴리되어 있어야만 한다. ENID는 판타지메탈 밴드고 이에 고무된 사람들의 작은 집단임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을 만들어 오면서 독일메탈씬과 따로 떨어져 있다고 느껴본적은 한번도 없다.

- ENID의 음악이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Martin 너의 그 무궁무진한 상상력이란 생각이다. 사실 각각의 곡들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혹시 녹음하기 전 여러개의 악상을 가지고 있다가 녹음하면서 그것들을 서로 섞는건 아닌가? 각각의 곡은 마치 여려개의 곡이 섞인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Martin : 이번에 스튜디오에 들어가기전에는 거의 모든 악상이 하나의 곡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스튜디오에서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런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가, 즉 드럼과 사운드의 보강문제였을 뿐이었다. 말하고자 하는건 이번에 발표한 ENID의 음악이란 건 내가 홈스튜디오에서 곡을 쓸 당시에 거의 모든 윤곽이 드러났다. 사운드의 질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원래의 음악을 얼마나 제대로 잘 전달하느냐하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녹음상태가 그 음악 자체의 질을 끌어올리진 못한다.
그리고 여러곡의 혼합이라... 흠... 데뷔앨범에 비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Abschiedsreigen"의 곡들은 더욱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하나의 곡안에 다양한 멜로디와 악상, 그리고 단편들이 존재한다. 이전 앨범같은 경우 비슷한 수의 악상으로 곡 두개는 만들수 있었지만, "Abschiedsreigen"에서는 한곡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 ENID의 트레이드 마크중의 또다른 한가지는 판타지적인 분위기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ENID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
Martin : 판타지가 ENID이고, ENID가 판타지다. 말은 쉽지만 사실이다. 나는 ENID의 음악을 판타지 음악으로 이해하며,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창조해내는데 주력한다.

- "Abschiedsreigen"의 뜻과 앨범 전체의 컨셉은 무엇인가?
Martin : "Abschiedsreigen" 의 뜻은 "round dance of farewell" 정도 되며, 앨범 전체는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늙은 노인의 삶에 대한 반추를 그 소재로 삶고 있다. 8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서 그 노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문제가 무엇이었나를 깨닫게 되고, 그 문제가 있던 각각의 시절로 되돌아가는 꿈을 꾼다.

- 가사에 대한 얘기를 한번 해보자. 이 앨범에서는 두가지 언어로 가사를 썼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Martin : 두가지 언어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영어와 독일어는 그 소리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독일어는 소리의 조화라는 측면에 있어 상당히 풍부한 느낌을 나타 낼 수 있으며 특히나 모음에 있어서 영어보다 풍부하다. "Abschiedsreigen" 의 컨셉은 한 노인의 일생에 있어서의 갈등을 좀 더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두개의 서로 다른 선택과 표현이 필요했다.

- 개인적으로 마지막 트랙인 "Whispering of good-bye" 를 가장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은 최근에 들어본 가장 훌륭한 메탈 "발라드"인데, 이 곡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주지 않겠나?
Martin : 그 곡은 "Abschiedsreigen" 의 곡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곡이랄 수 있다. 기타라든지 블랙보컬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클린보컬과 오케스트라 반주만을 사용한 곡인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주인공인 노인은 다가오는 그의 죽음을 직시하게 되고 깊은 슬픔과 고독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내용이다. 내 생각에 이 곡의 이와 같은 내용이 마지막곡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 사실 난 너희 레이블인 CCP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들에 대해 좀 알려주겠나? 어떻게 계약을 하게 되었는지도.
Florian : 앞에 언급했듯이 CCP는 오스트리아 레이블이며 오스트리아에서 Napalm Records 다음으로 큰 메탈 전문 레이블이다. 내가 알기로 CCP는 상당히 정통에 가까운 레이블이긴 하지만, 불행히도 확실히 성공했다 할만한 밴드와의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DORNENREICH는 CCP를 통해 두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몇가지 문제로 인해 얼마전에 레이블을 떠났다. 이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언급하고 싶진 않다. 감히 말하건대, CCP가 조금 더 열성적으로 밴드를 챙겨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조금만 더 가진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크고 인정받는 레이블이 될것이다.
우리가 CCP와 계약할 당시, CCP가 우리의 데뷔앨범 "Nachtgedanken" 을 발표해주겠다고 나선 유일한 레이블이었다. 그래서 계약하게 된거다. "Nachtgedanken" 발표 이후에 나는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자세라든지 그들의 프로모션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양자간에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나중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후에 Martin은 "Abschiedsreigen" 의 녹음을 위해 CCP 소유의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되고, 드디어 새 앨범이 발표된 것이다. 뭐, 어쨌건간에 모든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너희들의 앨범을 구하기가 매우 힘든것 같다. 디스트리뷰션에 불만은 없나?
Florian : 이 문제에 대해 꼭 언급해야만 하는가? 네가 불평하고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레이블이 완벽한 배급망을 갖추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역시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우리의 앨범이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 너희 홈페이지에서 봤는데, Florian 너는 다음 앨범부터 기타를 담당하게 될거라고 했다.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솔직히 지난 시간동안 네가 ENID에서 한 역할을 인정하긴 하지만 음악을 하는 정식 밴드멤버로써는 다소 의심스러웠던건 사실이다. 그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줄수 있을까? Florian : 음... 앞서 말한것처럼 ENID가 활동하던 지난 42달동안 내가 그 어떤 음악적 기여를 하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작곡은 물론이고 연주도 하지 않았다. 그 모든것은 내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Martin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왔다. 솔직히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또 돈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Martin이 작곡과 녹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음악외적인 모든 ENID의 일을 내가 해왔던 것이고 온 정성을 쏟아왔다. 엄밀히 얘기하면 ENID라는 프로젝트는 나의 아이디어였다는 이유로 나 스스로를 ENID의 정식 멤버로써 간주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다음 앨범의 레코딩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상상할 수 있듯이 ENID의 완전한 멤버로써 음악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것이 매우 행복하다.

- 곧 발매될 미니엘피에대해 얘기를 해주겠는가? 오직 바이닐 버젼(레코드판)으로만 발매가 되는건가?
Florian : 확실히 그렇다. 미니엘피의 타이틀은 "Der Tag zur Nacht sich senkt…" 라 하며, 영어로는 "the day sinks down into the night…"라는 의미다. 이 앨범에는 Mayhem의 "Deathcrush" 커버버젼이 전통음악이 가미된 전주와 함께 1번 트랙에 실려 있다. 전형적인 ENID 스타일로 편곡한 곡이다. 그리고 2번과 3번 트랙은 Martin이 97년도에 만들어 놓은 곡인데, 원래 이 곡들은 레이블의 능력문제로 인해 발매되지 않았던 7인치 EP에 수록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우리 친구중의 하나인 Alex(KetzerDistribution)가 이 곡에 발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우리는 물론 흔쾌히 수락했다. 곡자체가 상당히 길어서 이 두곡만으로 7인치 EP를 채우기에는 충분했지만, 우리는 인트로와 한곡의 커버버젼을 더하여 10인치 미니 엘피로 발매하기로 한것이다. 4월즈음에 발매준비가 끝나는 이 미니엘피는 500장 한정발매이고 자주제작한 것으로써 수집가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아이템이 될것이다.

- 종교라든지 이념같은것이 있나? 아니면 개인적인 철학이라도?
Florian : 가끔은 스스로 나 자신만의 철학이나 이념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종종 바뀌곤 한다. 왜냐하면 세상의 수많은 것들이 내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뭐 특별히 이렇다할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순 없다.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난 종교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교도의 사상은 물론이고 사타니즘이나 그 어떤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것들 모두는 관심을 가질만한 면모를 가지고있긴 하지만 그 어느것도 완전하진 않다.
나는 '절대적인 힘'이란것을 믿는다. 그것이 어떤식으로 발현되던간에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종교계에서 말하는 '신'이 아닐까 하는데, 내가 믿고자 하는 것은 대자연속에서 움직이는 힘이다. 인류가 망가뜨린 불균형을 대자연은 스스로 그 균형을 다시 맞춰가고 있다라는 것을 알것이다. 이는 나의 믿음을 뒷받침해준다. 이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지 않나? 인류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서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 어째서 인간은 자연을 포함한 모든것을 통제하려 하는가? 적어도 우리들 대부분은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존재일 뿐이다. 지구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알아가는 그것이 내 이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너무 형편없는 존재니까 그 어떤 것에도 신경써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지나치게 중요하고 영리한 존재로 간주하진 말라는 것이다. 즉 인간성의 본질이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가치관인 '개인의 평안'이란 것을 자연과의 균형으로 인식할때, 우리는 우리가 하는 역할에 만족할 수 있다. 이 역할이란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란 건 없다.
나의 과제는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나 자신을 둘러싼 쇄락해가는 지식속에 얼마나 이것을 잘 적용해나가는가 하는것이다.
Martin : 난 인류에 의해 창조된 종교라든지 이데올로기라는것을 믿지 않는다.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종교 역시 인류가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내 개인적 철학은 대자연과 관련되어 있다. 대자연은 모든것이다. 나를 잉태했고, 또 언젠가 나를 다시 데려갈 것이다. 나 자신이 먼 미래에 다시 환생한다거나 천국같은 곳에 갈 수 있다는 따위의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며 나의 영혼 역시 그 성역이란 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것이 어디던 간에...

- 음악이나 가사에서 ENID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Florian : 기타에 비중을 좀 더 둔다든지 좀 더 원숙한 편곡을 한다든지 하는등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것보다 더욱 탄탄해지는 것이 음악적인 목표다. 물론 Martin이 여전히 핵심적인 작곡가로써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스타일 자체는 크게 변하는 일이 없을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니씨디 제작을 위해 97년에 녹음된 우리의 데모앨범중 세곡을 신곡과 함께 재녹음하는것이다. 아마 이 앨범은 잘하면 올 가을쯤에 발매될것이다. 지금 이 시기는 ENID의 발전에 있어 큰 전환기가 될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맹연습중이며, 그 결과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줄것이다. 이 모든것이 지나면 우리의 세번째 앨범이 어떤 음악을 들려줄것인가 알게 되겠지. 그에 대해서는 더 얘기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
가사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지금 내가 매우 존경하는 몇몇의 인물에 대한 주된 성격을 얘기해 볼 생각이다. 그들의 세상에 대한 그리고 다른 인물들에 대한 쉽지 않았던 관계를 조명해보는 것이 목표다. 아마도 우리 친구중 하나가 우리를 도와줄 것이고 아마도 Martin이 거기에 아이디어를 더하겠지. 이 모든것은 확신 할 수 없는 미래의 일이라 현재까지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말할 순 없다.
Martin : 음악적으로 나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ENID의 음악속에서 자유롭게 펼쳐나간다는 것 이외의 특별한 목표는 없다. 물론 ENID는 판타지 음악을 계속해나갈것이다. Enid의 음악은 내게 있어 전부이며 언젠가 그 목표라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 ENID의 새로운 멤버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수 있나?
Florian : 물론이다. 첫번째 EMID의 새 멤버는 Tarak이라 하며 아주 절친한 친구다. 그는 우리가 베이시스트와 보컬을 새로 찾고 있을 즈음에 처음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대단한 노력파일뿐 아니라 베이스와 블랙보컬 양쪽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성격도 좋다. 이제 19살밖에 안된 그의 어린 나이를 감안해볼때 ENID의 미래는 밝다.
Tarak은 그후에 자기 친구를 한명 소개시켜줬고, 그가 리듬기타를 담당하게 된 C.P.이다. 그 역시 19살로서 비록 연주경험은 많다고 할 순 없지만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역시 19세인 S.S.는 드럼을 맡고 있다. 우리가 드러머를 찾고 있다는 광고를 한 잡지에 게재했을때 연락이 되었다. 우리는 같이 연주하면서 그를 테스트해봤는데, 비록 아주 작은 로컬밴드에서 잠깐 활동했다지만, 정말 훌륭했다. 그는 뭐든지 매우 빨리 배우고 확실히 재능있는 드러머라고 할 수 있다. 그를 발견한것은 확실히 행운이다.(단지 공짜로 그의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이유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다오!)
- 새 보컬을 영입했다면, Martin 너는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을건가?
Martin : 더 이상의 블랙보컬은 하지 않을거다. 그런 식의 보컬은 나의 성악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보컬과 코러스 파트는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다.

- 뭐 구체적인 계획같은것 있나? 공연이라든지 녹음이라든지 하는...
Martin : 확실한 것 하나는 이번 4월에 500장 한정판으로 미니엘피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라인업으로 예전 음악들을 다시 재녹음해서 미니씨디를 발표할 예정에 있다. 물론 공연도 할 것이다.

- 너희 메탈씬에서 추천할만한 밴드들을 소개해줬으면 한다.
Florian : 우리 독일의 메탈씬을 얘기하는건가? 물론 이곳에는 매우 잘 알려진 여러 밴드들이 있지만,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밴드들도 많다. 그 이름을 열거해보자면 FALKENBACH, RIMMERSGARD (데모밴드!), MAYHEMIC TRUTH (해체되었다는것이 아쉽다…), LUNAR AURORA등이 있겠다. 상당히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지만 아직 레이블과 계약체결이 안된 밴드도 많은데, 예를 들자면 SECRETS OF THE MOON, OBSIDIAN GATE, DRACONIS SANGUIS 그리고 NOCTURNAL DESIRE 등의 밴드들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은 밴드들이 이웃나라 오스트리아에 있다. 내 최고 밴드인 SUMMONING을 비롯하여 DORNENREICH, KOROVAKILL등등... 이들은 마인드와 음악 그 어느것 할 것 없이 자신만의 순수한 비젼을 가지고 있는 정말 끝내주는 밴드들이다.

- OBSIDIAN GATE는 이미 모 레이블과 계약을 체결한걸로 알고 있다.
Florian : 네 말이 맞군. OBSIDIAN GATE는 FALKENBACH 를 이끄는 인물이 운영하는 레이블 Skaldic Art와 계약했다. 이 레이블은 Obsidain Gate 이외에도 Furthest Shore, Rivendell, Vindsval등의 밴드, 그리고 특히 독일밴드인 ORDO DRACONIS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밴드의 홈페이지를 한번 방문해봐라. 아마 이들과의 인터뷰에도 관심이 갈지 모른다. 이들은 다소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블랙메탈을 들려주는데, 어느정도 Arcturus의 색깔도 나고 대단히 테크니컬하며 풍부한 키보드를 들려준다.

- 한국의 메탈씬에 대해 들어본적 있나? 그리고 요즘 메탈씬의 세계적인 추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Florian : 그건 매우 어려운 질문이로군.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한국의 메탈음악이란 것을 들어봤는지도 모르겠다. 너도 알다시피 독일에서 한국음반을 구하는 것은 한국에서 독일음반을 구하는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너희 배급사가 전세계적으로 원활한 유통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 이유일거라 생각한다. 사실 한국메탈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편이 나을것 같다.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라... 흠... 내가 뭘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근래 쏟아져 나오는 메탈음악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 밴드들이 독일출신이건, 그리스 출신이건 브라질 출신이건간에 상관없다. 거의 대부분의 요즘 음악은 독창적이지 못할뿐더러 독립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지루하고 남흉내만 낼 줄 안다. 어디에서든지 사람들은 아무런 예술적 이상없이 음악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조차 그러한 현상을 답습하고 있는듯 한데, 특히 스웨덴은 소위 그 멜로딕 데스메탈이라고 하는 것에 넌더리가 난다. 물론 걔중에는 여전히 독창적인 음악적 마인드나, 변화, 예술적자유를 추구하는 밴드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 침체된 음악씬에서 수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계속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 있다라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예를 들어 Emperor, Zyklon, Thorns, Arcturus, Satyricon 그리고 Mayhem등이 있는데, 비록 나는 이들의 근작 앨범을 그다지 좋아하고 있지 않긴 해도 이러한 뮤지션들의 활동은 "누군가 네게 만들어놓은 영역속에 너 자신을 가두어두지 말라."라는 나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 것 같다.
Martin : 언젠가 우리 홈페이지의 게스트북에 한 한국인 팬이 글을 남기기 전까지는 나는 한국의 메탈씬에 대해 전혀 들어보질 못했다. 놀라웠다. 정말로!!!

-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Florian : 이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한국팬들이 여전히 우리를 좋아해줄까? 하하! 음... 무슨 말을 할까? 항상 그렇듯이 나는 내가 믿는것만을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최신 앨범인 "Abschiedsreigen"과 그밖의 다른 앨범들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이것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홈페이지에 들려줬으면 한다.(http://www.enid.tsx.org) 관심 가져줘서 고맙고 이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준 한국의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해준 애너키스트에게 감사한다.
Martin : 잘 지내도록 하고 ENID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어주길 바란다. 우리 음악은 너의 삶을 환상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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