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 KALPA
타이틀 : The Bath of the Eternal Years
포맷 : CD
코드 : TSDM-66001
레이블 : Tragic Serenade
년도 : 2002
국가 : Korea
스타일 : Raw Epic Black Metal
앨범애착도 : 10/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얼마전에 모동호회 모임에 갔다가 "어째서 한국 블랙메탈 음반들에 대한 글은 없나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는 마치 "너는 사대주의자냐?"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 자리에서 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고, 나는 과연 사대주의자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음악 얘기를 할 만한 질좋은 한국산 음반이 없어서란건 사실 말도 안된다. 단지 나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한국밴드가 찍어낸 한국산 음반을 한글로 왈가왈부 해대는 것이 별다른 재미를 가져오지 못할거란 변명을 급조해냈다. 블랙메탈을 듣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블랙메탈 밴드는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다 알고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Kalpa라는 밴드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블랙메탈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이름을 접했을테고, 이름을 접한 절반 정도가 음악을 들어봤을 것이며, 그 절반 정도가 이 음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별로 건드려 볼 생각을 안했다. 새삼스레 이 음반을 칭찬해봤자 음반을 살 만한 사람은 대부분 다 샀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이 음반에 대해 끄적거리는 이유는 Kalpa라는 밴드가 갑자기 불쌍해졌기 때문이다. 내게는 수많은 나라에서 건너온 수많은 밴드들의 씨디들이 있다. 걔중에는 시디라는 미디어에 실리기 안타까울 정도로 허접한 음악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내가 가진 블랙메탈 음반중에서도 상당한 퀄리티의 음악을 담고 있는 Kalpa의 음반은 오직 한국이란 조그만 나라에서만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혹시나 어느 나라의 나같은 인간이 Kalpa의 씨디를 어떤 계기로든 컬렉팅 아이템에 수집해놨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디스트로에서 Kalpa의 씨디가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러다가 결국 수년이 지나 Sad Legend의 데뷔앨범처럼 글자 그대로 '레전더리'한 앨범으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내가 들어본 한국산 블랙메탈중에 최고 수준임에도 유럽의 시골 구석에 있는 허접한 블랙메탈 밴드 정도의 대접도 못받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직접 배급을 해도 이 정도로 안타깝진 않을 것 같다. 레이블 입장에선 헐값에 외국으로 배급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손해보는 장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인정할 순 없을것 같다. 참 좋은 음악인데...

200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