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 LOVE HISTORY
타이틀 : Anasazi
포맷 : CD
코드 :
레이블 : The End Records
년도 : 2000
출신 : Czech Republic
스타일 : Avantgarde Metal
앨범애착도 : 10/10
글쓴이 : Anarchist

Comment :
Love History의 두번째 앨범 "Anasazi"는 이전에 대단한 칭찬을 먹여줬던 Odes Of Ecstasy의 두번째 앨범과 같은 날짜에 발표된 The End Records의 가장 따끈따끈한 신보다. 그러나 그 이름에서 풍기는 그 말랑말랑한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관심을 가질수가 없었다. 세상에나... Love History가 뭔가... 요즘엔 댄스하는 얘들도 그런 이름은 안지을텐데... 그런 이유로 공짜라는 이유가 아니었더라면 들어볼 기회마저 박탈당할 만한 밴드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의 실체를 확인한 결과, 만약 얘들이 시간이 지나도 빛을 못본다면 순전히 그 이름때문일거라고 장담한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중에 Love History란 이름에 혹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이름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나처럼 그 말랑하고도 진부한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얘들한테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다면 그 음악이 너무나 아깝다. 바뀌기 전에는 밴드명이 Eternity였다는데, Love History보다야 낫지만 이 얼마나 진부한 이름인지... 작곡실력과는 달리 작명 솜씨는 영 센스가 없나보다.
어쨌거나 Love History의 출신지역은 메탈씬에서 더 이상 낯선 이름이 될 수 없는 체코 공화국이다. Thalarion(슬로바키아 고딕밴드)이라는 밴드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 동구권 국가들, 사회주의 시절에는 메탈 음악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하는데, 그걸 감안한다면 정말이지 엄청난 발전 속도이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떠벌리는 어느 자랑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는 아직도 클럽공연이 쉬쉬되고 있는 형편이라 하니, 참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Love History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그 변화무쌍한 다채로움 때문에 다소 현란하기까지 하다. 네개의 목소리를 내는 보컬이 한명 있는게 아니라, 보컬이 네명이나 있는 것하며, 그 연주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나 리듬파트인 베이스와 드럼솜씨, 그중에서도 베이스는 이 쪽 음악에서 흔치 않게도 빈번한 차퍼솜씨를 보여주며 가장 튄다. 어쩌면 그 때문에 진득하다라는 느낌보다는 가끔 경박하다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아쉬운건 그 대단한 연주솜씨나 편곡솜씨에 비해 뭔일인지 귀에 착착 감길만한 곡이 없다라는 것이다. "정말 연주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귀얇은 내게는 "그래! 이거야, 이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달리 말하면 돈 벌려고 만든 음반은 아닌 듯하다.
전체적으로 어쿠스틱한 면을 대단히 강조하는 진행을 보여주면서 두개의 리듬파트(베이스, 드럼)가 곡 전체를 주도해 나간다는 느낌이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 이 세악기가 노는 꼴을 듣다보면 재즈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할 정도로 독특하고 다채로운 진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디스트를 잔뜩건 기타도 빠지지 않음은 당연하다. Love History는 그 의도적인 "실험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 능력이 지나쳐서 그런 효과를 낸건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잡아끌만한 곡이 아니란 것이 대단히 아쉽다. 괜찮다 싶은 부분이 나온다는 걸 느끼는 순간 싸게싸게 다른 프레이즈로 바뀌어 버리니 말이다. 다행스러운건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조금씩 그 프레이즈들이 익숙해질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맛깔스러움이 있다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단점이 있다고 치더라도 정말 The End Records의 밴드 고르는 안목은 대단한 것 같다. 우리는 이런걸 프로그레시브 데스메탈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2000/12/30